스트레스로 가득 찬 현대인들에게 ‘명상’은 일상적인 자기 돌봄의 도구가 되었다. 숨을 가다듬고, 생각을 내려놓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이 조용한 훈련은 마음을 회복시키는 강력한 방법으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이 명상이 서양의 심리학, 불교의 좌선, 혹은 요가와 같은 외래 문화에서만 유래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의 사람들은 ‘마음’을 어떻게 다스렸을까?
놀랍게도 조선의 선비들은 매일 아침 ‘정좌’를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는 훈련을 해왔다. 이들은 명상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그 실천 방식은 오늘날의 명상과 다를 바 없었다. 마음을 수양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방법으로 정좌와 경의 실천은 조선 사대부들에게 일상이었다.
이 글에서는 조선 시대 선비들이 실천한 ‘정좌’의 의미와 목적, 그 방법, 철학적 배경, 그리고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는 시대를 초월한다. 고요한 호흡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1. 정좌란 무엇인가: 고요함 속의 수련
‘정좌’는 말 그대로 ‘조용히 앉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몸을 단정히 하고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며, 마음속의 번잡함을 내려놓는 일종의 수련 행위로 정좌를 실천했다.
정좌는 유교 경전에 뿌리를 둔 실천이기도 하다.대학과 중용,심경과 같은 책에서는 인간이 ‘정심’, ‘수신’을 통해 도에 이른다고 강조한다. 이를 실현하는 한 방법이 바로 정좌였고, 선비들은 이를 통해 자기 성찰과 인격 수양을 이뤄나갔다.
정좌의 목적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단순히 멍하게 앉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 욕망, 판단을 돌아보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2, ‘경’의 실천: 정신을 집중하고 흐트러짐을 경계하다
정좌는 단순히 앉는 자세를 넘어서, ‘경’이라는 실천적 태도로 이어진다. ‘경’은 유교적 명상 혹은 마음의 집중을 나타내는 핵심 개념으로,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집중하는 것’이다. 성리학자들은 이 경을 통해 인간이 타고난 본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조선 최고의 실천 철학자 중 한 명인 율곡 이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이 없으면 사람이 흐트러지고, 경이 있으면 마음이 바르게 선다.”
이러한 사고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자기화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은 오늘날 ‘마인드풀니스’와 매우 유사하다. 순간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집중하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자각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즉, 정좌는 경을 실현하는 구체적 수련 방법이었으며, 선비들은 매일의 삶 속에서 이를 실천하며 흔들림 없는 정신을 길렀다.
3. 정좌의 실제 방법과 일상 속 실천
정좌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새벽의 정좌, 독서 전의 정좌, 화가 났을 때의 정좌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되었으며, ‘앉는 자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었다.
정좌의 대표적 실천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자세: 의자 없이 평평한 방바닥이나 마루에 앉아, 허리를 곧게 세우고 눈은 반쯤 감는다. 손은 무릎 위에 올린다.
호흡: 숨을 억지로 조절하지 않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쉰다. 복식호흡에 가깝다.
의식: 잡생각을 억누르기보다는 흘려보낸다. 다만, 스스로의 마음 상태를 관찰하고, 욕망이나 분노 같은 감정을 인정하고 내려놓는다.
시간: 길게는 30분, 짧게는 5분 정도. 중요한 것은 빈도가 아니라 ‘진심’이다.
율곡 이이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정좌’ 시간을 가졌고, 그의 제자들에게도 이를 엄격히 지도했다. 이처럼 정좌는 조선 선비들의 일상 속 실천 명상이었으며, 단순한 수양을 넘어서 삶을 돌아보는 내면의 거울이었다.
4. 현대적 명상과의 연결: 조선 선비의 지혜를 다시 꺼내다
오늘날에도 정좌는 유효하다. 우리는 과도한 정보, 빠른 속도, 비교와 불안으로 가득한 사회 속에서 쉽게 지친다. 조선 선비들처럼 앉아 고요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심신 회복뿐 아니라 자아 인식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명상 앱, 요가, 심리 상담 등 다양한 형태의 마음 돌봄이 있지만, 그 본질은 조선 시대 정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요히 앉아 나 자신을 만나는 것, 그리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핵심이다.
조선 선비들은 이를 통해 단지 학문적 성취뿐 아니라 인격의 완성과 삶의 의미를 추구했다. 그리고 그 실천은 거창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조용한 방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것. 그 단순한 실천 속에 깊은 지혜가 있었다.
오늘 하루, 우리도 5분만이라도 정좌해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조선 시대 선비들과 같은 깊고 고요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